여행/스위스 교환학생

디종 - Dijon (2022/09/07 ~ 2022/09/09)

규동이이 2023. 2. 12. 01:47

로잔에 9월 1일에 도착하고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살고 있는 친한 형을 만나기 위해 디종에 이틀정도 방문했습니다.

디종은 프랑스 부르고뉴프랑슈콩테 주의 주도로, 포도주로 유명한 부르고뉴 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에요.

로잔 - 디종 - 파리는 TGV로 한 번에 갈 수 있답니다!
아침 일찍의 로잔역, 스위스에서는 이렇게 다른 나라로 가는 국제선을 쉽게 탈 수 있어요.

디종역에 내려 마중나온 형을 만나고 디종 시내를 돌아다녔어요. 역사가 오래된 도시인만큼 건물들이 예쁩니다.

시 자체에서 오래된 건물들의 철거 및 리모델링을 금지하고, 높은 고층건물들을 제한해 아름다운 도심을 보존하려고 해서 대부분의 건물들은 1층만 현대식이더라고요.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합니다.
흐린날의 시청 앞 광장, 맑은 날에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다음은 디종에서 가장 유명한 부엉이를 보러 갔습니다. 13세기에 지어진 교회를 16세기 정도에 리모델링하면서 누군가가 부엉이 조각을 새겨놓았는데요, 부엉이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얼굴이 저렇게 희미해졌다고 해요. 아들을 원하는 부인들이 대부분이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어째됐건 이제는 디종의 상징물이 되어 팸플릿이나 상품에 항상 등장하는 동물이 되었어요.

 

디종에서 가장 유명한 부엉이!

다음은 투어를 통해 올라갈 수 있는 디종 시청사 꼭대기에 가보았습니다. 사실 디종은 중세시대 프랑스 왕국만큼이나 컸던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였는데요, 그 당시 부르고뉴 공작이 쓰던 성을 현재 시청으로 쓰고 있어요. 뭐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이것저것 투어 해주시는 분이 이야기해 주셨는데 프랑스어로 10을 설명해 주면 영어는 3 정도 설명해 줘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 집의 지붕이 특이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집의 지붕에 아름다운 기하학적 무늬를 그려놓는 것이 지역의 전통이어서라고 합니다. 한편으로 웃기는 건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붕의 한쪽에만 장식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장식 비용이 너무 비싸 길가로 나있는 쪽에만 장식을 칠한 경우라고 하네요. 형에게 설명을 듣고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종 시내와 전통 무늬로 장식된 집의 지붕.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러 찍은 웃기는 사진. 잡채 양념이 타노시(좋다)라는 걸 그냥 번역기에 돌렸나 봐요.

 

궁서체로 적힌 잡채 좋

다음은 디종 역사박물관에 갔어요.

 

교회 뭐였던 것 같은데 정교해서 찍어봄

저녁은 형네 집에서 전통 프랑스식 식사를 먹기로 했습니다. 형은 초등학교 이전에 학교에서 살다 지금까지 디종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여서 거의 프랑스 사람입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만난 인연인건 안 비밀. 부대에 있는 사람이 거의 한 번씩은 물어본 것 같아요, 군대 왜 왔냐고ㅋㅋㅋ.

아무튼 형에게 프랑스 사람들은 진짜 저녁을 2~3시간씩 먹냐고 물어보니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 가족들끼리 만나면 점심 12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계속 먹어본 적도 있다고 하네요. 거실에 있으면 부엌에서 뭘 자꾸 들고 온다고.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인 것 같았어요.

프랑스식 저녁식사는 Apero(식전주) - Entree(전채, 애피타이저) - Plat(메인 요리) - (Plat2) - Dessert로 이어지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봤습니다. 식전주가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훠우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의 떫고 쓴맛이어서 한입 먹고 포기했습니다.

 

바삭바삭한 빵에 발라먹는 고기 소스, 너무 맛있어서 사갈라고 찍어봄. 사진 오른쪽 하얀 액체가 식전주.

오늘의 메뉴는 오일 퐁듀. 치즈에 재료를 찍어먹는 스위스식 치즈 퐁듀와는 다르게, 가열된 오일에 재료를 넣어 약간 튀기듯 먹는 메뉴입니다. 고기가 익는데 한 30초에서 1분 정도 걸리는 터라 하나 먹고 나면 항상 공백이 생겨요. 그래서 양꼬치처럼 한꺼번에 여러 개를 넣고 차례로 꺼내먹으면 안 되냐고 물어봤는데, 약간 야만인을 보듯이 프랑스에서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우가우가...

 

스위스나 프랑스에서는 퐁듀기계가 집마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아요.

오일 퐁듀와 잘 어울렸던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입니다. 형에게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부르고뉴 와인과 보르도 와인의 차이에 대해 물어봤더니, 부르고뉴 사람들은 보르도 와인을 화장실 청소할 때나 쓴다고 하더군요. 

와인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와인잔 잡는 법이나 향을 맡고 먹는지 등)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안 쓰니 그냥 닥치고 먹으라고 해서 닥치고 먹었습니다. 맛은 있더라고요.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인 부르고뉴 와인!

디저트로 보드카 같은 독주를 마셨던 것 같은데 기억이 없어요...

다음 날은 대조적으로 맥도널드에 가봤습니다. 신기한 게 프랑스와 스위스 맥도널드는 메뉴를 시키고 자리에 가서 기다리면 직원이 가져다줍니다. 약간 컬처쇼크. 게다가 케첩이 아니라 마요네즈를 주는 것도 놀라움. 버거랑 감튀맛은 똑같아요.

 

여기에 아마 위치 추적기가 달려있는듯?
심지어 감자튀김 케이스도 실리콘

다음은 스타필드 같은 쇼핑몰에 가서 로잔에서 쓸 물건들을 쇼핑했어요. 확실히 스위스보다 물가가 싼 느낌.

 

프랑스 쇼핑몰에는 포션도 팔아요!

다음은 얼마 전에 새로 개장한 미식센터에 갔어요. 개장할 때 마크롱도 오고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미식의 중심지
음식과 요리에 대한 전문 서점이에요.
삐슝빠슝 프랑스가 놀란 K-food
와인 색깔별, 지역별 구분법 등등 여러가지 도록이에요.
와인 향을 구별하기 위한 54개의 향신료가 들어 있어요.
그 유명한 미슐랭 가이드.
당연히 신선한 치즈와 육류를 파는 곳도 많았습니다.
신기한 모양의 접시
엘리제 궁에 납품되는 주방도구라고 하네요.

디종의 가장 유명한 특산품은 머스터드입니다. 디종은 13세기부터 머스타드를 만들어온 유서깊은 고장이어서, 한때는 프랑스 왕에 의해 디종 지방에서만 머스타드를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고 하네요. 지금도 시내나 어디에서든 머스타드 전문점을 찾아볼 수가 있어요. 다른 프랑스나 유럽 사람들도 엄청 많았던 것을 보면 정말 유명하긴 한가 봐요.

사실 한국에서 먹어보는 머스터드는 대부분 KFC 등지에서 주는 인스턴트 허니머스타드인 경우가 많은데, 디종의 전통 머스타드는 단맛이 훨씬 적고 오히려 매콤한 고추냉이와 같은 맛이에요. 샌드위치를 만들 때 발라먹거나 닭고기에 입혀 오븐에 구워 먹으면 꿀맛이라고 합니다. 저도 하나 샀어요!

 

캐비아, 소금, 버섯 등등 여러가지 재료를 추가한 머스타드들이에요.

 

미식 센터를 구경을 마치고, 부르고뉴 지방의 유명한 요리인 비프 부르기뇽을 먹어보기 위해 현지 식당에 들렀어요. 비프 부르기뇽은 소고기에 레드 와인을 같이 넣고 끓여 스튜형식으로 만드는 부르고뉴의 전통음식입니다.

 

오래된 건물의 기둥을 살린 인테리어.
왼쪽이 크림 달팽이(Creme Escargo)입니다. 맛은 골뱅이랑 비슷한데 크림이 맛있엉
아래가 비프 부르기뇽! 사실 맛은 갈비찜이랑 비슷한데, 육질이 엄청나게 부드러웠어요.

왼쪽은 아이스크림이고, 오른쪽은 와인에 절인 서양 배입니다. 비주얼이 별로라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배가 진짜진짜진짜 맛있어요. 달달하고 시큼하거나 떫은맛도 없고 너무 맛있어서 저도 저걸 시킬 걸이라고 후회했습니다. 

 

꼭 먹어보시길.

다음날은 Darcy garden이라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파리로 가는 TGV를 탔습니다. 디종은 또 이 북극곰 조각이 유명한데요, 프랑수아 폼폰이라는 디종 출신의 조각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느낌...
기차역에서 파는 샌드위치. 재료는 별거 없는데 핵존맛

 

파리는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