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 앙투안 생텍쥐페리
(군생활 당시 부대 서평대회에 냈던 글입니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인간 실존의 이유를 묻는 이 질문은 인류가 동물적 생활을 벗어난 뒤부터 모든 이들에게 던져진 물음이다.
초기의 인류는 당연하게도 그 해답을 자신이 만들어낸 신에서 찾았다. 사람들은 존재와 생존의 의미에 대한 문제를 성직자들에게 떠맡긴 덕분에 물질문명의 건설과 생활수준의 향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신은 망치를 든 철학자에게 죽어버렸고, 인간은 다시금 태초의 질문과 맞서야 한다.
그렇다면 그 대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누구는 유전자가 인간에게 부여한 종족보존의 의무에 충실히 따라 쾌락을 말한다.
누구는 자본이라는 새로운 신을 만들어 숭배한다.
누구는 절대적인 기준이 상실된 이 삶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답이 도전이라고 말한다.
우주전체로 보면 티끌만한 시간인 7~80년을 사는 인간, 별의 먼지에서 태어나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 하찮아 보일 수 있는 그 순환 속에서도, 그 무의미함을 자각하면서도 끝없이 발전과 그를 위한 도전에 인류에 의미를 부여하는 불멸성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무의미 해보이고, 영속한 시간의 흐름속에 사람이 성취한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 보여도, 이 부조리를 견디고 삶을 살아내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떨어질 줄 알면서도 묵묵히 돌을 올리는 시지프스에게 박수를!
2. 작가는 무엇을 말하는가
밤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본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몽글몽글 솜사탕처럼 밑에 펼쳐져있는 구름들 위로, 어떠한 방해물 없이 우리 눈에 곧바로 비치는 찬란한 하늘의 별빛들을. 이 책은 야간 비행의 시초기를 다룬다.
책은 하나의 시간과 두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나는 목적지 파타고니아를 향해 야간비행을 하고 있는 조종사 파비앵의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항공노선의 운행을 책임지는 본부장 리비에르의 공간이다. 야간 비행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회의론자들을 잠재우기 위해 오늘도 리비에르는 파비앵을 태운 파타고니아행 비행기를 띄운다. 하지만 출발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폭풍이 밀려와 파비앵은 연락두절 상태에 들어가고, 리비에르는 그가 빠져있을 위험을 생각하며 야간비행을 지속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에 빠진다. 결국, 파비앵은 가지고 갔던 연료가 다 소모되었을 시간에도 본부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 빠지고, 리비에르는 그럼에도 또 다른 기체를 이륙시키며 책은 끝난다.
둘은 각자의 시각에서 영웅적으로 행동한다. 파비앵은 폭풍과 난기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연료탱크 지시등 속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조종간을 잡는 자신의 두팔과 각각 2m가 넘는 비행기의 거대한 양쪽 날개들이 하나가 된듯이, 시시각각 방향이 바뀌는 돌풍을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리비에르는 직원들에게 사랑받는 상사가 아니다. 그의 엄격함은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보이지 않아 정시출발을 못해도 그는 책임자의 월급을 깎았다. 그것은 그가 꽉막힌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에게 있어 인간이란 반죽을 해서 만들어야 할 생밀랍이었다. 이 물질에 영혼을 불어넣고, 의지를 창조해 주어야 하는 것이었다.”(34쪽) 그의 처사는 물론 불공평하다. 하지만 그 댓가로 그는 비행장들이 최대한 정시 이륙을 지향하게 만들었다. 그가 그런 의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파비앵이 실제로 달에 발을 딛은 암스트롱이라면, 리비에르는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케네디인 것이다.
3. 나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요즘 넷플릭스에서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라는 다큐가 인기다. 90년대에 3회 연속 우승을 두번이나 달성해낸 마이클 조던과 그의 팀 시카고 불스의 이야기이다. 다큐 속에 나오는 당시 팀 동료들은 조던을 폭군으로 묘사한다. 팀 연습 때 그는 끊임없이 팀원들에게 최선을 요구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신체적으로 도발을 하고 모욕을 준다. 오죽하면 연습이 실제 게임보다 더 무서웠다는 말이 나올정도이다. 조던은 정말 우승을 원했고, 그가 코트위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을 옆에 두기 위해 그렇게 동료들을 갈궜던 것이다. 나는 조던의 방식이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이루어 내려면 남들이던 자신에게던 때때로 거칠고 매섭게, 엄격하고 가차없이 몰아 붙여야 할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 나오는 리비에르의 경우도 그렇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야간 비행이라는 도전을 위해 그는 한 없이 차가운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사고는 인간을 통해 일어난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그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인간을 속박하는 더 커다란 힘을 막아내는 것이다. 조던과 리비에르를 보면서 나는 남들과 나 자신에게 우유부단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느꼈다.상대를 생각한다는 명목으로 제대로 일을 시키고, 처리하지 못하는 리더는 오히려 그 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변명을 만드는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